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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암(癌) 치료제 발굴의 무한한 가능성, 해양생물에서 찾다

한종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책임연구원

암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고 알려진 암의 유형만 100가지가 넘는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새로운 암 환자로 보고되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국가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비교적 조기에 발견된 암은 외과적 요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과적 수술로서 치료할 수 없는 전이성 암 등에 대해서는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과 의료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암을 정복·치료하기 위한 항암제의 개발은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된 항암제들은 주로 육상생물 기원의 물질이며, 제한적인 육상자원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어 해결을 위한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하 자원관)은 육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암 치료제를 해양에서 찾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은 육상과 비교하여 높은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유익한 다수의 유용물질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발견되지 않은 신물질에 대한 보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원관에서는 유전자, 단백질, 천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전자원실에서는 암세포의 표면에 배열된 탄수화물 구조에서 열쇠를 찾고자 하고 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구별되는 독특한 탄수화물 구조를 세포표면에 배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은 세포의 신호전달, 세포의 접착 등 다양한 세포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세포 표면의 구조변화는 암세포의 전이와 침습과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가 다수 있다. 유전자원실에서는 이러한 암세포 표면의 탄수화물을 인지할 수 있는 물질에 관심을 가지고, 탄수화물결합 단백질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해오고 있다. 탄수화물결합 단백질은 항체와 유사하게 작용해 면역항암제와 비슷한 작용으로 암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1세대(화학항암제), 2세대 항암제(표적항암제)와는 달리 부작용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관에서는 해양녹조식물인 깃털말에서 분리한 탄수화물 결합단백질이 폐암세포에 대해 우수한 항암 활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 단백질은 사망률을 높이는 암 전이를 억제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해양생물로부터 유래한 단백질이 암 치료제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신규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백질의약품은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생체 내 면역반응을 회피해야 하고, 거대분자를 생체 내로 전달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원실에서는 해양생물로부터 유래한 항암 단백질의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펩타이드(아미노산 단위체들이 연결된 종합체)를 이용해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항암 펩타이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항암 후보 펩타이드를 선별하고, 기능을 확인하는 등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암치료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깃털말 뿐만 아니라 낙지, 염생식물, 미세조류 등 다양한 생물군으로부터 확보한 펩타이드들의 항암 활성을 확인하고,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한다. 자원관에서 발굴한 항암 후보물질은 해양바이오뱅크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의료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원관 천연물연구실에서는 해양생물로부터 유래한 천연물로부터 항암제의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양바이오뱅크에 보관·보존하고 있다. 해양으로부터 얻어진 항암제 중 대표적인 것은 카할라이드(Kahalalides)이다. 이 물질은 뎁시펩타이드로도 불리는 물질로서 주로 갯민숭달팽이에서 발견되었으며(나중에 공생하는 박테리아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확인),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해양 유래 또는 해양 화합물에서 파생돼 확인된 항암 화합물은 약 12종(플리티뎁신 등)이며, 신규 항암 화합물이 속속 보고돼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매년 1000개 이상의 새로운 화합물이 발견되고 있으니 신규 항암제의 발견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원관에서는 다양한 해양생물로부터 얻어진 추출물의 항암 활성을 탐색하고 있으며, 이를 등급화하여 항암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추출물을 선별하고 있다. 아직은 추출물 수준의 항암 활성 탐색이지만, 추후 단일 화합물을 분리, 정제하고 이들의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원관은 해양생물소재의 산업화를 위해 열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계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계의 소재확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바이오뱅크를 운영 중에 있고, 국내 기업 및 연구진은 누구나 분양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등 고가장비의 공동활용 체계를 갖추고 있어 협업을 통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수 있다. 해양생물로부터 얻어진 새롭고 강력한 국산 항암제의 개발을 기대하며, 많은 관심과 협력을 요청하고 싶다.

한종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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